초한지 고사성어
초한지란 초나라의 항우라는 인물과 한나라의 고조가 서로 대결하면서 한나라를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역사 소설입니다. 삼국지까지는 아니지만 초한지 역시 상당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중국의 역사 소설 중에 하나인데요. 오늘은 초한지와 관련된 고사성어 9가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지록위마 (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기의 진시황본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국 진나라의 고조가 자신의 권세를 시험하고자 황제였던 호해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합니다.
'폐하, 저 조고가 폐하께 귀한 말 한 마리를 바치겠사옵나이다.'
'아니, 사슴을 보고 말이라니 그게 무슨 농담이오?'라며 황제 호해는 매우 어이없어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권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싶었던 조고는 주변 신하들의 반응을 살폈지요.
주변 신하들은 자신의 말에 동조하며 침묵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말에 반기를 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후에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신하들을 모두 기억하여 숙청을 하였고 황제 또한 죽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2. 파부침주 (破釜沈舟)
솥을 깨뜨려 다시 밥을 짓지 아니하며 배를 가라앉혀 강을 건너 돌아가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하는 자세를 일컫습니다.
어느 나라든 망조가 들었을 때는 국민이나 백성들이 엄청난 고통에 직면하다가 불만을 터뜨리고 봉기하는 일이 거의 발생하는데요. 중국 옛 진나라의 진시황이 죽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곳에서 진나라를 치기 위해서 결집하였고 이 과정 중에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는데요. 이때 항우의 숙부 역시 죽게 됩니다. 항우는 본인이 직접 진나라의 군대를 정벌하기 위해서 직접 출정을 하게 되는데요.
항우가 부하들에게 딱 사흘 치의 식량만을 남기고 모든 솥을 깨뜨리라고 명령합니다. 부대가 거의 강을 건너고 나서 배 역시 모두 바다에 가라앉혔지요.
결국 병사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었고 이 과정 중에서 파부침주 (파부침선)이라고 하는 사자성어가 나왔습니다.
3. 두주불사 (斗酒不辭)
두주불사란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술을 매우 잘 마심을 이르는 말입니다.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고조가 어느 정도 경계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있을 때였습니다. 항우는 유방이 먼저 함양을 공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엄청나게 화를 냅니다.
그러자 처세를 잘했던 한고조는 바로 항우에게 달려와서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 연회에서 항우의 부하 범증은 한고조를 제거하기로 계략을 짭니다. 술자리에서 검무를 보여주다가 목을 베는 게 임무였지요.
그 계략을 눈치챈 한고조의 부하 장량은 바로 장군 번쾌를 불렀고 번쾌를 장막을 뚫고 들어가 항우를 노려 봅니다. 항우가 술을 한 잔 주라고 하자 매우 커다란 술잔을 번쾌에게 주었고 번쾌는 단숨에 술을 들이켭니다.
그의 주량에 감탄한 항우는 더 마실 수 있겠냐고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죽음도 피하지 않사온데 술 한잔이 아니라 술 한 말이라도 사양하겠소이까?'
4. 금의야행 (錦衣夜行)
비단옷을 입고 밤길 걷기라는 의미로, 아무 보람이 없는 일을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먼저 한고조가 함양을 점령하고 나서 항우 역시 함양에 입성하게 됩니다. 이때 항우는 매우 잔인한 행동을 일삼게 되는데요. 왕자를 살해하고 아방궁에 불을 내며, 진시황제의 묘지를 파묘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색잡기에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몰랐으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어졌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지요.
그때 한생이라는 신하가 항우에게 이렇게 충언을 합니다.
'전하, 함양은 지형이 안전하고 땅 또한 비옥하여 농사짓기 좋으니 이곳을 도읍으로 정하시고 천하를 다스리시옵소서.'
이때 항우는 자신이 성공적으로 정벌을 한 것을 고향에 가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합니다.
'부귀를 손에 넣고도 고향에 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주겠는가?'
5. 금의환향 (錦衣還鄕)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세를 하여 고향에 돌아가거나 돌아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앞서 금의야행을 언급한 항우의 뒷말은 이렇게 나옵니다.
'부귀를 손에 넣고도 고향에 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주겠는가?
비단옷을 입으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의 뒷말에서 금의환향이 유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한생이 조용히 초나라 사람들을 원숭이라고 욕하였고 이 말을 들은 항우는 분노하여 한생을 즉시 죽이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6. 구상유취 (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이 유치함을 이르는 말.
한나라의 고조가 천하를 두고 초나라의 항우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잠시 한나라에 붙었던 위나라의 왕표가 한나라가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초나라에 붙었지요.
한고조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고 싶었고 위나라의 왕표에게 신하를 보내서 우리랑 다시 잘해보자고 회유를 하였으니 왕표는 초나라에 붙어 떨어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결국 한고조는 부하 한신을 보내서 위나라를 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한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 자로 절대 백전백승의 한신의 상대가 될 수 없소.'
7. 사면초가 (四面楚歌)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의미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롭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형편을 이르는 말입니다.
결국 초한의 대립의 최종 승리는 한나라로 끝이 나는데요. 초나라에 있어서는 슬픈 끝을 의미하는 게 바로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입니다.
한의 유방은 한신을 포함한 자신의 신하와 군대를 시켜 항우를 뒤쫓습니다. 항우는 애써서 버티고 있었으나 자꾸만 식량이 줄어들고 병사들은 사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한신이 꾀를 내어 포로로 잡고 있던 초나라 병사들과 초나라 출신의 병사들을 총동원하여 항우의 군대를 둘러싸고 초나라의 노래를 부르도록 합니다.
그 노래를 들은 항우는 초나라가 점령되었다고 생각하였고 자결하게 됩니다.
8. 다다익선 (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음이란 의미의 고사성어이다.
앞서 최종적으로 항우가 자결하게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한신인데요. 어느 날 고조가 한신과 함께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신, 나와 같은 사람은 어느 정도 규모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십만 정도의 병사를 거느리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어느 정도를 거느릴 수 있소?'
'저는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9. 토사구팽 (兔死狗烹)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초나라의 수장이었던 항우를 잡는 게 가장 큰 공을 세운 한신은 군사를 거느리고 동시에 머리도 비상하여 한고조 입장에서는 제거해야 되는 인물 1순위였습니다.
그리고 한고조는 한신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지요. 한고조는 갑자기 한신을 잡고 좌천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때 한신이 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사냥하던 개를 삶아먹는다고 하더니 나 역시 이렇게 버림받는구나.'
한신은 계속 감시를 당하다가 반란을 꾀하였으나 결국 잡혀서 죽임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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